바지 제작 공정, 슬랙스와 치노가 달라지는 5가지 — 패턴·원단·봉제 변수
바지 제작에서 슬랙스와 치노가 갈라지는 5가지 — 밑위·허리 곡선, 원단 성질, 포켓과 밑단 봉제, 부자재, 수량·일정 설계를 부산 45년 봉제공장 기준으로 정리했다.

바지 제작을 처음 맡기는 브랜드는 슬랙스와 치노를 대체로 한 묶음으로 본다. 도면만 보면 그럴 만하다. 허리 밴드가 있고, 앞뒤 패턴이 두 장이고, 포켓과 밑단이 있다. 그런데 공장 안에서 두 품목은 다른 라인을 탄다. 패턴을 뜨는 기준이 다르고, 재봉기 세팅이 다르고, 다림질에 들어가는 시간이 다르다. 샘플을 넣기 전에 이 차이를 정리해두면 F/W 하의 라인에서 되돌리는 일이 줄어든다.
1. 밑위와 허리 곡선 — 핏은 패턴에서 갈린다
바지에서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값은 밑위 깊이다. 같은 사이즈, 같은 원단이어도 밑위가 2cm 달라지면 옷의 성격이 바뀐다. 치노는 상대적으로 짧은 밑위에 일자 허리를 얹어 캐주얼한 인상을 만들고, 슬랙스는 밑위를 깊게 잡고 허리를 곡선으로 떠서 몸에 붙는 라인을 만든다.
허리 곡선도 마찬가지다. 일자 허리는 봉제가 단순하지만 앉았을 때 뒤가 벌어진다. 여성형 곡선 허리는 착용감이 좋아지는 대신 허리 밴드를 곡선으로 재단하고 안쪽 심지를 따로 붙여야 한다. 공정이 늘어나면 단가가 따라 움직인다.
무릎 라인과 밑단 폭의 비율은 그 다음이다. 와이드·테이퍼드·부츠컷은 결국 무릎 아래에서 원단이 떨어지는 각도의 문제라, 도면보다 샘플에서 판단하는 편이 빠르다. 패턴 단계에서 어떤 비용이 발생하는지는 패턴 작업 비용 가이드에 따로 정리해두었다.
2. 원단 — 코튼 트윌과 울 혼방은 다른 옷이 된다
치노는 코튼 트윌이 기본이다. 조직이 촘촘하고 신축이 거의 없어 재단한 선이 그대로 유지된다. 대신 세탁 수축이 있어 원단 상태에 따라 1~3% 수축을 감안하고 패턴을 키워둔다.
슬랙스는 울·폴리울 혼방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이 원단은 봉제만으로 라인이 나오지 않는다. 크리스(주름)를 잡고 입체 다림질로 무릎과 허벅지 곡선을 눌러야 비로소 슬랙스의 실루엣이 된다. 다림질 공정이 옷의 절반을 만든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코듀로이는 결 방향을 한 방향으로 통일해 재단해야 하고, 데님은 워싱 후 줄어드는 비율까지 계산해 패턴을 잡는다. 원단은 사급(발주자가 직접 공급)을 기본으로 진행하니, 수축·결 방향 손실을 감안해 여유분을 넉넉히 수배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사급 준비 순서는 원단 사급 발주 준비 가이드를 참고하면 된다.
3. 바지 제작에서 봉제 공정이 갈리는 지점
바지 제작의 작업 시간은 눈에 잘 안 보이는 곳에서 늘어난다.
포켓이 대표적이다. 슬랜트 포켓은 곡선 절개 후 안쪽 주머니천을 붙이고 시접을 정리하는 스텝이 들어간다. 백 패치 포켓은 붙이기만 하면 되지만, 웰트(입술) 포켓은 절개·심지·입술 봉제·되박음까지 스텝이 배로 늘어난다. 카고 포켓은 플랩과 주름까지 더해진다.
밑단 마감도 갈린다. 치노는 단순 접음 박기로 끝나지만, 슬랙스는 안쪽에 밑단 테이프를 대고 손으로 감치는 마감을 쓰는 경우가 있다. 견고함과 겉으로 드러나는 봉목의 차이 때문이다.
원단이 두꺼워지면 바늘·실·노루발을 바꾸고 재봉 속도를 낮춘다. 두께가 겹치는 지점(허리 밴드와 옆선이 만나는 곳, 벨트루프 아래)은 되박음을 넣어 힘을 받게 한다. 이런 판단이 쌓여 착용 1년 뒤 터지는 옷과 버티는 옷이 나뉜다.
4. 허리 마감과 부자재
허리 마감은 브랜드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벨트루프는 보통 5~7개를 쓰고, 위치와 폭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신축 밴드를 부분적으로 넣으면 착용감이 좋아지지만 격식은 내려간다. 사이드 어저스터를 달면 벨트 없이 입는 라인이 된다.
단추와 지퍼는 미리 정해두는 편이 좋다. 메탈 단추, 훅 앤 바, YKK 지퍼 같은 부자재는 수배 기간이 원단보다 길어지는 일이 있다. 부자재도 사급이 기본이며, 일괄 수배를 요청할 경우 구입비를 선불로 정산한 뒤 진행한다.
5. 수량과 일정을 함께 설계한다
하의는 사이즈 스펙이 상의보다 촘촘하다. 28·30·32·34 같은 인치 전개에 기장까지 걸리면 SKU가 금세 늘어난다. 300장을 발주해도 사이즈와 색상으로 쪼개면 한 칸당 물량이 얇아진다. 그래서 수량 설계는 총량보다 분배가 중요하다.
우리 기준으로 MOQ는 300장 이상을 권장한다. 그 아래도 협의는 가능하지만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다. 샘플은 12일, 본생산은 23주가 기준이고, 데님 워싱처럼 외부 후가공이 붙으면 그만큼 늘어난다. 9~10월 출고를 목표로 한다면 지금이 패턴과 원단을 확정할 시점이다.
자주 묻는 질문
첫 시즌이라면 슬랙스와 치노 중 어느 쪽이 안전한가요?
치노 쪽이 변수가 적다. 코튼 트윌은 수축 관리만 하면 재현성이 높고, 다림질 의존도가 낮아 사이즈 편차가 작게 나온다. 슬랙스는 두 번째 시즌부터 붙이는 브랜드가 많다.
원단을 저희가 직접 못 구하면 어떻게 하나요?
일괄 수배도 별도 협의로 가능하다. 다만 원단 구입비는 선불로 정산한 뒤 진행한다. 기본은 사급(발주자 직접 공급) 방식이다.
데님 워싱까지 한 곳에서 되나요?
데님 봉제는 직접 하고, 워싱은 전문 워싱공장과 연계한다. 워싱 후 수축을 감안해 패턴 단계에서 사이즈를 키워 잡는다.
바지 제작에서 샘플은 몇 번까지 보나요?
보통 1차 샘플로 실루엣을 확인하고, 2차에서 밑위·허리·밑단 폭을 조정한다. 핏 변경 폭이 크면 패턴을 다시 뜨게 되므로 1차 샘플 때 원하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편이 빠르다.
우리는 1981년 부산 망미동에서 시작해 45년 동안 옷을 지어왔다. 아우터가 주력이지만 슬랙스·치노·데님·조거까지 하의 라인도 같은 공장 안에서 패턴부터 함께 잡는다. 사양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어도 괜찮다. 원단 샘플 한 장, 참고 사진 몇 장이면 첫 논의는 시작할 수 있다.
바지 제작 페이지에서 원단·디테일·후가공 사양을 확인하고, 견적 문의로 수량과 일정을 알려주면 검토 후 회신드린다.